자유게시판

소식과 나눔 자유게시판
어머니.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4-10-29 10:42 조회 9,441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어 향기를 발산하는가 했더니
시원스레 비가 내려서 꽃잎이 성산 등산로에 하얗게
꽃길을 만들어 주더군요.
이제 모내기가 시작되었네요.
이즈음 우리 가족은  슬픈 추억을 하나 기억합니다.
아니 추억도 아니고 슬프지도 않습니다.
가끔 내 삶이 힘들때 원망의 대상이 있습니다.
나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다음주면 아버지 제삿날입니다.
45년전에 우리를 버리고 가신 나의 아버지.
유복자 내 동생나이만큼 많아지는 세월.
우리 삼남매 모두에게 아무런 기억도 추억도 남기지 않고
세상에 우리를 버리고  가신 아버지.
어려서는 몰랐습니다.
아버지라는 존재를
어머니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하신것을
어머니께서 그렇게 억척스럽게 삶을 지고 가는것을
그것이 혼자 사시는 어머니의 고통이라는것을
왜? 우리가 어렵게 살아야만 하는지를
왜? 내가 엄마의 짐을 나누어 지고 힘들어야 하는지를
왜? 나만 이렇게 힘드냐고 투정도 못부리고 살았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학창시절 수업료를 내지 못해 교무실에
불려가서 혼나던 일들을.
오빠는 아들이라서 먼저, 동생은 막내라서 먼저, 난 차마
말을 못했습니다.
올 어버이날도 한송이 카네이션이 안타까워 한다발의
카네이션을 어머니께 드렸습니다.
내가 살아보니 어머니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에 겨웠을지를 조금 느낍니다.
 어머니 더 젊었을때 재혼시켜드리지않았는지를
지금 후회합니다.
내 욕심 때문이었겠지요.
어려서부터 "엄마 시집가면 따라갈래" 하며 장난삼아
묻던 아주머니들의 농담이 싫었습니다.
난 혼자살겠다고  심술을 떨며 나가 담밑에서 울었던
내 유년의 슬픔.
왜 그런 농담을 하시며 웃어대는지...
나에 강한 부정이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아주 작은 추억이라도 아니 아버지의 사랑을 우리가
느끼도록 몇십년동안 정말 한줄 밖에 되지않는
아주 작은 우리기억의 잔상까지도 없는
삼년의 아버지사랑과 애틋한 마음을
제삿날마다 전하시는 어머니.
올 제삿날에도 말씀을 하시겠지요.
그럼 난 이제 듣기 싫다고 투정을 부릴겁니다.
우리를 책임지지않은 아버지 기억에 없다고, 보고싶지도 않다고, 밉다고...
언제나 처럼...

깊게 패인 어머니의 주름골에 그동안 살아온 삶의 깊이가
가득하신 우리어머니.
사랑합니다.
영원히...